53 사도행전 24:1-27

 

하나님께 향한 소망

 

그들이 기다리는 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나도 가졌으니 곧 의인과 악인의 부활이 있으리라 함이니이다”(24:15).

 

 

바울의 첫 번째 변증은 영내 층대에서였고, 두 번째 변증은 산헤드린 공회 앞에서였습니다. 세 번째의 변증은 본문의 벨릭스 총독 앞에서입니다. 바울은 벨릭스 총독 앞에 섰습니다. 이 자리는 바울 자신에게 생사 문제가 걸려 있는 자리였습니다. 유대 대제사장은 사형을 선고하거나 사형을 집행할 수 없지만, 총독은 사형을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사형 선고를 받고, 곧 집행되어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지금 바울은 예수님께서 빌라도 앞에 서신 것처럼, 총독 앞에 서 있습니다. 바울은 총독 한마디에 죽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런 상황에서도 살기 위해 구차하게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오히려 짧지만 고발한 내용을 들어 감동적으로 복음을 변증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법대로 하나님을 섬겨야 함을 변증했습니다. 우리는 본문을 통해 삶의 자세와 하나님을 섬기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전염병 같은 사람이라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천부장 앞에서 심문을 받았습니다. 그때 천부장은 자기 소관으로 재판할 일이 아님을 간파하고, 심문을 멈춘 후 총독에게 바울을 넘겼습니다. 총독에게 바울을 넘긴 지 닷새가 지나자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장로들과 변호사 더둘로와 함께 가이사랴까지 와서 바울을 총독에게 고발했습니다.

대제사장은 예루살렘 성전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의 본분은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가이사랴의 총독 관저까지 와서 바울을 고발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방인을 만나기를 꺼립니다. 더구나 이방인의 집에 제 발로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총독의 관저까지 찾아갔습니다. 그는 이미 대제사장으로서의 위상과 직분, 그리고 품위를 모두 상실했습니다. 그보다 더 가관인 것은 총독에 대한 아첨입니다. 그는 벨릭스를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벨릭스 각하여 우리가 당신을 힘입어 태평을 누리고 또 이 민족이 당신의 선견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로 개선된 것을 우리가 어느 모양으로나 어느 곳에서나 크게 감사하나이다”(24:3).

 

총독과 대제사장은 불편한 관계를 넘어서서 견원지간(犬猿之間)입니다. 그런데 그는 총독에게 갖은 아양을 떨었습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적과 동침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습니다. 역사 이래로 불의한 사람은 불의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대제사장 가야바도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총독 빌라도에게 아첨했습니다. 그는 아무 죄 없는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이렇게 아양을 떨었습니다.

우리에게 왕은 가이사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예수를 죽이지 않는다면 로마의 가이사 충신이 아닙니다.”

바울에 대한 고발장은 바울이 전염병 같은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24:5-6). 그는 바울이 전염병과 같다는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습니다. 첫째는 소요하게 하는 자이고(troublemaker), 둘째는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이고, 셋째는 성전을 더럽혔다는 것입니다. 전염병의 특징은 순식간에 퍼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에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전염병인 흑사병은 약 25백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럽 중세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필립 데이리더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한 초기 4년간의 희생자는 통상 인구의 45-50% 로 추산되고 있으나 이는 총괄적인 수준의 기록이다. 실제 유럽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사망률을 보였는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에서는 지역에 따라 인구의 80%가 희생되었고, 북부 독일, 잉글랜드 등지에서 초기 4년 동안의 사망률은 20% 정도였다.”

 

예수님은 복음을 누룩으로 비유하셨습니다. 누룩의 특징 또한 삽시간에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는 바울을 고발하기 위해 전염병 같은 자라고 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바울이 전한 복음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었는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바울이 데살로니가에서 3주간 복음을 전했을 때 사람들은 바울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천하를 어지럽게 하던 이 사람들이 여기도 이르매”(17:6).

 

복음이 전해지면 반드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인격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집니다. 세계관이 달라지고 인간관계도 달라집니다. 문화가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집니다.

 

주 예수 내 맘에 들어와 계신 후 변하여 새 사람 되고 내가 늘 바라던 참 빛을 찾음도 주 예수 내 맘에 오심 주 예수 내 맘에 오심 주 예수 내 맘에 오심 물밀 듯 내 맘에 기쁨이 넘침은 주 예수 내 맘에 오심”(새찬송가 289).

 

복음은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복음에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복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복음을 수용하지 않고,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복음을 받아들이면 변화됩니다.

복음을 영접한 사람은 전염병이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복음을 전하지 않는 벙어리 교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속담에 소금 먹은 사람이 물을 먹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습니다. 복음을 영접한 사람은 복음을 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정말 예수님을 믿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복음을 전하고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사에 최권능 목사가 있습니다. 그분은 노방 전도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분의 메시지는 간단하며 명료했습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하루는 채필근 목사가 버스에 타고 있었는데 최권능 목사가 버스에 올라와 채필근 목사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앞에 서서 예수님을 믿으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채 목사는 최권능 목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줄 알고 최 목사, 나 채필근 목사야하였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최권능 목사가 채필근 목사를 모른 척 하면서 벙어리 교인이군!” 하더라는 것입니다. 김상복 목사(할렐루야 원로목사)는 항상 전도지를 가지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면 반드시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바울의 변명

 

총독은 바울에게 변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바울은 변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울은 벨릭스 총독이 오랫동안 사마리아에서 총독을 지냈고 예루살렘 총독도 지냈으며 이제 가이사랴에서 총독을 하고 있으니 우리 종교 문제와 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24:10).

그리고 바울은 예수님이 누구시며, 부활이 무엇이며, 하나님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를 짧지만 감동적으로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호감을 갖고 바울의 변증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길게 말해야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짧은 말이라도 진실을 말할 때 감동이 됩니다. 바울이 그에게 전한 메시지의 핵심은 이러합니다.

 

나는 소요하는 자가 아니다

대제사장 아나니아는 바울을 소요하는 자라고 고발했습니다. 바울은 이를 이렇게 변증했습니다.

 

당신이 아실 수 있는 바와 같이 내가 예루살렘에 예배하러 올라간 지 열이틀밖에 안 되었고”(24:11).

그들이 만일 나를 반대할 사건이 있으면 마땅히 당신 앞에 와서 고발하였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내가 공회 앞에 섰을 때에 무슨 옳지 않은 것을 보았는가 말하라 하소서”(24:19-20).

 

바울은 예루살렘에 머문 기간이 열이틀, 2주도 안 되는데 무슨 선동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반문했습니다. 선동할 시간도 없었고, 선동할 이유도 없었고, 선동할 기회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선동했다고 죄인으로 몰고 가느냐는 것입니다. 내가 죄를 지어서 법정에 있다면 즐거이 고난을 받겠지만, 오해로 박해를 받는다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이 바라는 바도 아니고 로마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거짓으로 말하지만 바울은 사실에 기초해서 진실하게 변명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섬긴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께 고백하리이다 나는 그들이 이단이라 하는 도를 따라 조상의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과 선지자들의 글에 기록된 것을 다 믿으며”(24:14).

 

바울은 이단의 우두머리라는 죄명에 대해 변증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을 섬긴 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을 섬기는데, 그들이 이단이라고 하는 를 따라 섬긴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자세와 방법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을 고발한 대제사장도 하나님을 섬깁니다. 과거 바울도 열심히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되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을 핍박하기까지 섬겼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이제 이단이라는 도를 따라 섬긴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도를 따라,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복음을 따라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율법과 선지자의 글을 다 믿었습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라고 했습니다(10:4). 율법의 효력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끝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율법이 완성되었습니다. 모든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입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제사 제도가 나옵니다. 이것은 십자가의 모형입니다. 그리고 십계명은 하나님께 대한 경외와 인간 상호 간의 의무입니다. 예수님은 십계명을 한마디로,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22:37-39).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다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시기 위해 친히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제사법이 완성되었고, 모든 의식과 십계명이 완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요, 십자가 외에는 다른 어떤 구원의 길이 없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이 있다

 

그들이 기다리는 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나도 가졌으니 곧 의인과 악인의 부활이 있으리라 함이니이다”(24:15).

 

바울을 고발한 대제사장도 하나님께 향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소망은 메시아가 아직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초림의 메시아를 대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메시아 예수님이 이미 오셨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1:10-12).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메시아는 정치적인 메시아였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소망은 이미 오신 메시아, 장차 재림하실 예수님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믿는다고 다 믿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믿고 바르게 주님을 섬겨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단들도 믿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르틴 루터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라(Let God be God).”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되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겨야 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계시한 대로 섬기는 것, 내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대로 섬기는 것,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섬기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4:24).

 

그런데 그들은 자기 뜻대로 하나님을 섬겼기 때문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고 바울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목적이 잘못되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섬긴다고 했지만, 그것은 자기 목적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목적이 잘못되면 방법도 틀리게 됩니다. 목적이 선해야 방법도 선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열심히 섬겼지만, 하나님을 수단으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하나님과 사람에 대해 양심의 거리낌이 없이 하나님을 섬겼습니다(24:16).

우리는 오신 메시아를 믿고 장차 다시 오실 재림의 예수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성육신으로 오신 예수님을 믿습니다.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믿지 못하면 몸의 부활도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을 믿습니다. 십자가는 죄를 용서하며 모든 벽을 허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 사랑의 극치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습니다. 부활은 죽음의 권세를 파한 승리의 찬가입니다. 그리고 장차 우리도 부활할 것이라는 소망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믿으며, 땅끝까지 이르러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승천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재림신앙을 갖도록 합니다. 우리는 성령을 믿고 교회를 사랑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피로 세우셨고 복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리는 죽은 자들의 부활과 더불어 완전한 영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합니다.

바울은 자신이 심문 받는 것은 그들이 고소하는 대로 율법이나 성전의 문제가 아니라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24:21).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의 터 위에 세워졌습니다.

 

장차 오는 심판을 강론하니

 

벨릭스는 수일 후에 아내 드루실라와 함께 바울을 불러 예수 믿는 도를 다시 듣고자 했습니다. 바울은 자신의 석방을 위해 돈을 주어 구차히 변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의의 절제와 장차 오는 심판을 강론했습니다(24:25).

벨릭스는 자객을 보내어 대제사장 요나단을 살해하는 포악한 짓을 행했습니다. 또 드루실라는 다른 사람의 아내였는데 그가 절세의 미인인지라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마술사 시몬의 중매로 그를 빼앗아 세 번째 아내로 삼았습니다. 바울은 이런 그의 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와 절제와 심판을 강론한 것입니다. 바울은 그가 회개하지 않으면 영원한 불 심판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그에게 임한 복음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총독이요, 바울은 비록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위치가 거꾸로 되었습니다. 바울은 조금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자로서 그에게 담대히 회개와 심판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죄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재판의 결과는 무죄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벨릭스는 바울을 석방하지 않고 재판을 연기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바울에게서 돈을 받고자 하는 탐욕과 유대인의 환심을 얻고자 함이었습니다(24:26).

 

바울은 아나니아 대제사장의 고발로 세상 법정에 섰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세상 법정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하나님을 믿되 하나님이 원하시는 법도대로 섬겨야 함을 변증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전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되 하나님의 법도대로 섬겨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권세 잡은 사람들 앞에서도 담대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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