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로마서 1:17

 

하나님의 의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1:17).

 

 

바울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1:16). 본문은 계속해서 바울이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1:17).

 

우리말 성경에는 앞부분에 왜냐하면이라는 단어가 없지만, 영어 성경은 왜냐하면’(for)으로 시작합니다. 바울이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복음에는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복음에 구원의 능력이 있느냐 하면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로마서의 주제요, 핵심이며 로마서의 요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르틴 루터를 변화시켜 종교개혁을 일으킨 불씨가 된 말씀이기도 합니다. 본문을 통해 우리는 모두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의’,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맺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1. 하나님의 의가 계시된 복음

 

바울은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바울은 이 비밀을 하박국서에서 찾았습니다.

 

보라 그의 마음은 교만하며 그 속에서 정직하지 못하나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2:4).

 

여기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속성이 아닙니다. 단순히 죄를 사해 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고통과 염려를 없애주는 정도가 아닙니다. 위로해 주고, 기이한 체험을 하게 해주고, 삶 속에서 위대한 변화를 경험하게 해주는 그런 정도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말합니다. 하나님의 의는 내가 주체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이 의롭다고 선언하셔서 의롭게 되는 의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의는 바울이 창조해낸 작품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의는 이미 성경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3:21).

 

하나님의 의는 율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있습니다. 욥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진실로 내가 이 일이 그런 줄을 알거니와 인생이 어찌 하나님 앞에 의로우랴”(9:2).

 

욥의 질문에 대한 답이 복음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하나님의 의가 십자가에 있습니다. 십자가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진노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우리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는 죄인임을 고백하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 십자가는 내가 받을 죄의 형벌을 예수님이 대신 지고 죽으신 크신 사랑을 깨닫게 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이는 하나님이 모든 진노를 십자가에 다 쏟아부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율법이 요구하는 모든 형벌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인류의 죄를 짊어지시고 형벌을 당하셨습니다. 율법의 형벌이 예수님께 부어졌습니다. 이제 율법이 요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수님이 율법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셨고, 모든 값을 지불하셨기 때문입니다. 말해 다시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빚을 다 갚으셨습니다. 따라서 십자가는 모든 죄 값을 지불하셨고, 모든 빚을 청산하셨다는 하나님의 희생적 사랑의 표증입니다.

 

2.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1:17).

 

하나님의 의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입니다. 이를 가리켜 이신득의”(以信得義)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의롭게 된다는 것은 법률 용어입니다. 이는 헬라어로 디카이오스(δκαιος), 의인이 된다는 말이 아니라 의로 취급하겠다, 의로 간주하겠다, 의인으로 인정해 주겠다, 의인이라고 부르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하나님과 진노의 관계, 원수의 관계, 심판과 저주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믿음을 보시고 의롭다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복음서에는 의롭다는 단어가 없고, 믿으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했습니다(3:16). 의롭다는 것은 관계성이 새로워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과 원수의 관계에서 사랑의 관계로, 자녀의 관계로, 또한 미움의 관계에서 화해의 관계로 바뀌었다는 법적인 선언입니다.

바울은 이를 로마서 8장에서 양자 됨으로 설명했습니다. 양자는 내 자녀가 아닙니다. 피 한 방울 섞여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자가 되면 양부의 호적에 오르는 동시에 자녀가 됩니다. 반면에 생부의 호적에서 이름이 지워집니다. 생부와 법적인 관계와 함께 상속권도 없어집니다. 반면에 양자가 되면 양부의 상속자가 되어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양자가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피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다. 나는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하며 집에서 뛰쳐나가도 그는 여전히 법적으로 상속자입니다. 하나님의 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인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구원을 받았다고 끝내서는 안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해야 합니다. 이를 성화라고 합니다. 즉 계속 성숙해가야 합니다. 계속해서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합니다(5:24). 이것도 자기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가능합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은 당시 폭탄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옛 언약은 이것을 행하라. 그리하면 살리라였기 때문입니다. 옛 언약은 율법을 행해야만 의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곧 내가 구원의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구원의 주체가 되어 의롭게 되려면 피나는 투쟁을 해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구원의 주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율법을 암송하고, 율법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바울 또한 그러했습니다. 율법으로 의로워지고자 했던 그의 결국은 탄식으로 끝났습니다(7:24).

그런데 이것은 바울만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마르틴 루터도 그러했습니다. 루터는 로마 스칼라 산타 성당의 빌라도 계단을 주기도문을 외우며 손과 무릎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그 힘든 고행도 그 마음에 아무런 평화를 주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그들만의 고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위를 통해 구원을 받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고백입니다. 성철 스님은 16년간 솔잎 가루와 생식을 먹으며 수행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8년 동안 눕지 앉고 앉아서 잠을 잤을 만큼 수행의 대표적인 스님으로 일컬어집니다. 그런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열반송이 있습니다.

 

나는 한평생 무수한 사람을 속였으니 그 죄업이 하늘에 가득 차 수미산보다 더하다. 산 채로 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니 한 덩이 불덩이 푸른 산에 걸려 있다.”

 

성철 스님은 그토록 수행을 했지만 자신이 많은 사람을 속였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은 속은 인생을 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고백은 자신이 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던져지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로 의롭게 되고자 했던 그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의는 행위를 통한 의가 아니라 믿음을 통한 의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믿음은 보편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아무나 믿는 믿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은 구약성경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하박국 선지자입니다.

창세기 15장을 보면 아브라함의 믿음이 한계에 도달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두려움과 피해의식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후사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식을 낳기에는 너무 늙었습니다. 그의 아내 사라 또한 경수가 끊겼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종인 엘리에셀을 후사로 결정하고자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라함에게 뭇별과 같은 많은 후손을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이를 믿었습니다(15:6).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과거를 묻지 않으시고 그의 믿음만을 보시고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셨습니다(15:6).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왜 세상에서 고난을 받고 못사는지, 반면에 불의한 사람들이 왜 더 잘살고 출세하고 잘되는지, 왜 저런 악한 자들을 내버려두시는지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하박국 선지자에게 이보다 세상은 더 흉악해지고 더 악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믿는 사람들이 더 많은 핍박을 받고 고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오직 믿음으로 살라고 하셨습니다.

하박국 선지자가 이해했던 믿음과 하나님이 원하시는 믿음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박국 선지자는 이런 상황에서 믿음으로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하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그래도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답하셨습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믿음은 이 세상의 눈에 보이는 보상에 기초한 믿음이었습니다. 이런 신앙은 보상에 따라 흔들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후에 하박국 선지자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는 후에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과수원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포도원에 포도 열매가 없을지라도,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무성치 않을지라도, 밭에 식물이 없을지라도 여호와로 인해 즐거워했습니다.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 이 노래는 지휘하는 사람을 위하여 내 수금에 맞춘 것이니라”(3:18-19).

 

하박국 선지자는 조건을 가지고 믿던 믿음에서, 상황을 따라 믿던 믿음에서, 보상을 바라던 믿음에서 여호와 하나님믿고, 여호와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여호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믿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믿음이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자기 자신의 처지나 환경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조건을 보고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상황을 보고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현재의 삶을 보고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승진이 좀 느리다고, 좀 가난하게 산다고, 건강이 좀 나쁘다고 믿음이 흔들리면 그런 믿음은 믿음이 아닙니다. 제때에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다고 입을 내밀고 다니는 것 또한 믿음이 아닙니다.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영화롭게 하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끝까지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만이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합니다.

아브라함이나 하박국이 가졌던 믿음은 온전한 믿음이 아니라 상징적인 믿음입니다. 구약의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예표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추상적인 믿음이 아니라 실제적인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예표된 믿음에서 성취된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낮은 믿음에서 높은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그림자 믿음에서 본질적인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소극적인 믿음에서 적극적인 믿음, 복종하는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입으로만 고백하는 믿음에서 헌신하는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형식적인 믿음에서 확실한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믿음은 정체된 믿음에서 매일 새롭게 성장하는 믿음입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믿음을 말합니다. 이 믿음은 내 의지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주셔야 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요, 선물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은 최고의 하나님의 은혜, 은사를 받은 것입니다. 다른 은사들은 다 그 속에 있습니다.

 

3.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아야한다

 

이제 믿음의 의인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오직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바울은 로마서 1-4장에서 믿음이라는 단어를 25, ‘산다는 단어를 2회 사용했습니다. 반면에 5-8장에서는 믿음이라는 단어를 2, ‘산다는 단어를 25회 사용했습니다. ‘의롭다는 단어의 명사와 동사는 서신에서만 66회 나오는데,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서만 64회 나옵니다.

로마서 1-4장의 내용은 믿음의 구원의 원리에 대한 말씀이고, 로마서 5-8장은 믿음으로 구원받은 삶에 대한 말씀입니다. 로마서 1-8장에서 바울은 믿음산다는 단어를 252, 225의 비율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을 수 있고,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은 오직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사는 삶은 끊임없는 성화를 이루며 거룩한 삶, 주님을 본받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으면 삶도 의로워져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 제 어머니는 똑바로 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똑바로 살라는 말씀은 삼강오륜”(三綱五倫)에 기초한 삶을 가리킵니다.

이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으면 성경에서 말씀하는 대로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믿음으로 사는 것은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 속에서 말씀에 순종하고 행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의인들은 믿는 사람답게 바른 행동, 바른 몸가짐, 바른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르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지금 그리스도인들이 사회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믿음으로 행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결과입니다. 우리가 조건 없이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면 이제 우리는 믿음으로 말씀에 순종하여 올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살 때 예수님의 아름다운 덕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십자가를 믿는 믿음을 보시고 의롭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제 우리의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실제적인 삶 속에서 믿는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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