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로마서 4:9-25

 

의로 여기심을 받을 우리도 위함이니

 

의로 여기심을 받을 우리도 위함이니 곧 예수 우리 주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를 믿는 자니라”(4:24).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예로 아브라함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죄 사함을 받은 자의 행복에 관한 예로 다윗을 들었습니다(4:1-8).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은혜롭습니다. 그런데 이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유대인들입니다. 바울은 이에 대한 반증으로 아브라함을 예로 들었습니다.

바울이 믿음으로 의에 이른 아브라함을 예로 든 이유는 첫째, 아브라함이 할례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브라함이 모세 이전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모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에 이른 때는 율법 이전이었습니다. 따라서 율법을 가진 자나 갖지 못한 자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다 아브라함 앞에서는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아브라함의 믿음의 유형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본문을 통해 우리는 아브라함의 믿음의 본질과 특징을 살펴봄으로 신실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할례로 의롭다 하심을 받지 않은 아브라함

 

사회학자들은 이스라엘이 이스라엘화되는 증거로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할례이고, 다른 하나는 안식일입니다. 그들은 안식일과 할례를 철저하게 지킴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들은 바울에게 만일 할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왜 하나님이 할례를 하게 하셨는가?” 하고 항의했습니다. 그렇다면 할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칭의의 외적인 표

 

그런즉 이 복이 할례자에게냐 혹은 무할례자에게도냐 무릇 우리가 말하기를 아브라함에게는 그 믿음이 의로 여겨졌다 하노라 그런즉 그것이 어떻게 여겨졌느냐 할례시냐 무할례시냐 할례시가 아니요 무할례시니라”(4:9-10).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할례를 받게 하신 것은 그의 믿음을 보시고 의로 여기신 것에 대한 인침입니다. ‘인을 치다란 진짜임을 보증하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자는 아버지 하나님께서 인치신 자니라”(6:27).

 

여기에서 ’()이란 예수님의 세례를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께서 비둘기같이 내려오셔서 메시아로 인정 받으셨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예수님은 메시아이셨습니다. 단지 세례를 받으심으로 메시아로서 공적으로 선포되신 것입니다. ‘은 성령의 인치심을 가리킵니다(1:13-14). 성령께서는 우리의 궁극적인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기업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우리에게 보증해 주십니다.

 

믿는 자의 조상에 대한 표

 

그가 할례의 표를 받은 것은 무할례시에 믿음으로 된 의를 인친 것이니 이는 무할례자로서 믿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어 그들도 의로 여기심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또한 할례자의 조상이 되었나니 곧 할례 받을 자에게뿐 아니라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무할례시에 가졌던 믿음의 자취를 따르는 자들에게도 그러하니라”(4:11-12).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요, 족보의 일인자입니다. 그렇다고 아브라함 이전에 믿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브라함 이전에 살았던 에녹이나 아벨, 노아는 하나님으로부터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의롭다 하시는 방법을 뚜렷하고 분명하게 드러내신 것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유대인들은 무할례자인 이방인들은 도저히 구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무할례자라 할지라도 믿는 모든 자의 조상입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이 할례를 받기 이전에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은 할례를 받은 사람들에게도 믿는 사람들의 조상입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믿음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는 부족한 것이 많고 허물과 실수가 많았지만 믿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는 실수할 때마다 변명하거나 자기의 뜻을 고집하지 않고 즉시 회개하고 하나님께 순종했습니다. 다메섹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고자 했으나 하나님이 그는 네 상속자가 아니고 네 몸에서 날 자가 상속자가 될 것이다라고 하셨을 때도 한마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100%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이삭을 바치라는 불합리해 보이는 명령에도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순종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어떤 사건에 부딪힐 때마다 믿음으로 순종해 아름다운 믿음의 자취를 남겼습니다. 아브라함은 우리가 어떻게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믿음의 예가 됩니다.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의 가치관과 롯의 가치관이 대비되어 나옵니다(13:10-11). 롯의 가치관은 가시적이고 현실적이며 물질적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내면을 보는 영적인 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겉보기에 여호와의 동산같이 아름다운, 그러나 속은 부패해 냄새나는 소돔과 고모라를 선택했습니다. 롯은 보이는 물질에 욕심이 생겨 현실과 타협하다가 점점 물질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끝내 불과 유황으로 심판받은 소돔성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두 딸을 통해 부끄러운 후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물질의 복을 받았을 때 오히려 물질에 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부유해졌을 때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하나님을 더 잘 섬기는 예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열왕기서에는 다윗의 믿음의 자취와 여로보암의 죄악의 자취가 대조되어 나옵니다. 여로보암은 벧엘과 단에 금송아지를 만들어 백성들로 하여금 우상을 섬기게 함으로 후손 대대로 우상을 섬기게 하는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반면에 다윗은 여호와 앞에 정직히 행하고 말씀에 순종하여 좋은 믿음의 자취를 후손들에게 남겼습니다. 지금도 믿음의 사람들은 그의 믿음의 발자취를 본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브라함을 공부하고 역사서를 공부하는 이유는 믿음의 선배들의 믿음의 발자취를 본받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던 자취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우리 후손들과 후배들은 우리가 남긴 자취를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직간접으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가를 보았습니다.

발달심리학자 타일러는 세 살 이전에 92%의 사회화, 문화화 과정이 형성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심리학자 반두라는 이혼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결혼한 후에 이혼할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던 부모와 선배들의 자취를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후손들에게 어떤 발자취를 남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다음은 백범 김구 선생이 좋아했던 유명한 서산대사의 시입니다.

 

눈 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는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우리는 후손과 후배들에게 좋은 발자취를 남겨야 합니다. 우리가 떠난 뒤 자녀들과 후배들이 우리 아버지는, 우리 선배는 이런 좋은 예를 남기고 가셨다. 우리가 이 믿음의 예를 본받고, 이 좋은 예를 계승하자는 한마디를 듣는다면 비록 가난해서 자녀들에게 물질의 유산을 남겨주지 못했을지라도 성공한 삶을 산 것입니다. 우리 모두 좋은 믿음의 발자취를 남기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아브라함

 

아브라함이나 그 후손에게 세상의 상속자가 되리라고 하신 언약은 율법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요 오직 믿음의 의로 말미암은 것이니라”(4:13).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줄 것이고, 이를 기초로 장차 온 세상을 다스릴 상속자가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는 장차 아브라함의 씨 가운데 메시아가 태어나서 온 세상을 통치하실 것을 가리킨 말씀입니다(3:16).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왕의 왕이 되시어 온 세상을 통치하실 때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세상을 통치하게 될 것입니다(딤후 2:12; 5:10).

이 언약은 하나님이 율법을 주시기 이전에 약속하신 것으로, 율법과는 관계없는 오직 믿음의 의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만일 하나님이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만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면 믿음은 헛것이 되고, 약속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율법은 우리에게 구원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죄를 죄로 드러내고, 또한 죄 지은 자를 판단하고 정죄합니다. 결국 율법은 진노를 가져다줍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죽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죄의 삯은 사망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죄로 인하여 죽을 인간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은혜의 손길을 베푸시어 누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죄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맺은 약속을 모든 후손에게 굳게 하려 하심이었습니다(4:16). 이 약속은 율법에 속한 유대인에게만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에 따른 이방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은 모든 믿는 자의 믿음의 조상이기 때문입니다(4:16-17). 그렇다면 아브라함이 믿은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전능하신 하나님

아브라함이 믿은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18:14).

 

그가 믿은 바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이시니라”(4:17).

 

사람은 어떤 하나님을 믿느냐에 따라 그 삶이 달라집니다. 죽은 하나님을 믿으면 죽은 자와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에 살아 계신 하나님을 믿으면 살아 있는 자와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시고 산 자의 하나님이십니다(12:27).

우리 속담에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믿는 만큼 역사하십니다. 믿음은 온전해야 합니다.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온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전능하신 하나님을 온전히 믿으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능력으로 나타나십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감기 정도는 낫게 하실지 모르지만 불치병은 고치지 못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의 능력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큰 죄입니다. 하나님 편에서는 감기 환자나 불치병 환자나 동일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9:23).

 

신실하신 하나님

 

아브라함이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었으니 이는 네 후손이 이같으리라 하신 말씀대로 많은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4:18).

 

아브라함은 인간적으로 바랄 수 없는 중에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바랐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 것은 곧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것은 곧 약속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나이가 100세였고, 사라 또한 나이가 많아 아기를 낳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절망적인 상황을 알고도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이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약속하신 것을 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했습니다. 그는 가장 어둡고 절망적일 때 오히려 믿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밤하늘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별빛이 더욱 찬연히 빛나는 것처럼 환경과 상황이 어두울수록 그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지고 빛났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믿음의 눈으로 볼 때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됩니다.

 

그가 백 세나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4:19).

 

아브라함의 몸은 이미 죽어 생산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아기를 낳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믿음이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믿다가도 현실을 바라보면 믿음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믿음이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은 현실의 장벽을 넘어서서 희망의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신실하신 하나님,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었습니다. 변함이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신 하나님을 믿었습니다(1:17). 사람은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서도 상황이 자기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약속을 파기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한번 하신 약속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지키십니다. 아브라함은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믿음은 신실하신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을 믿고 구체적으로 약속의 말씀을 붙드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된다고 하시면 될 것을 믿었습니다. 하나님이 이루겠다고 하시면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현실로 받아들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자체가 힘이요, 능력임을 믿었습니다. 하나님은 런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시고 그를 의롭게 여기셨습니다(4:22).

우리가 전도하다가 만나게 되는 가장 힘든 경우는 믿는다고 하면서 상식에 대비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도 해봤지만 안 되더라고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죄에 오염된 이성과 경험을 하나님의 말씀에 대비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들을 십자가에 못 박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 아브라함을 의로 여기신 하나님

 

바울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의로 여기신 것을 우리에게 적용시켰습니다.

 

그에게 의로 여겨졌다 기록된 것은 아브라함만 위한 것이 아니요 의로 여기심을 받을 우리도 위함이니 곧 예수 우리 주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를 믿는 자니라 예수는 우리가 범죄한 것 때문에 내줌이 되고 또한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하여 살아나셨느니라”(4:23-25).

 

바울은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믿음이 아브라함의 믿음과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 그중 특히 부활은 합리적으로는 믿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이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음을 믿습니다. 하나님은 이 믿음을 보시고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어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할례나 율법으로 의롭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믿음을 보시고 의롭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또한 의롭다고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후손들에게 좋은 믿음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우리 또한 다음 세대에 믿음의 자취를 남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의 발자취를 따름이 어찌 즐거운 일 아닌가 맘에 맑은 하늘 열리고 밝은 빛이 비친다 발자취를 따라가자 기쁜 마음으로 발자취를 따라가자 찬송하며 즐겁게”(새찬송가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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