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사도행전 1:6-11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1:8).

 

 

이런 예화가 있습니다. 두 죄수가 감옥의 한 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곳 벽에 작은 창문 하나가 있었는데 창문 바깥쪽 담 밑에는 졸졸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도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랑을 지나면 푸른 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한 죄수는 창문 바로 밑에 졸졸 흐르는 하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반면에 다른 죄수는 도랑을 넘어 푸른 하늘에 시원하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면서 푸른 초원처럼 펼쳐질 미래를 꿈꾸며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 모두 석방되었습니다. 하수만 바라보며 비통한 나날을 보냈던 죄수는 다시 죄를 짓고 감옥으로 들어갔습니다. 반면에 초원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었던 그는 훌륭한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이 예화는 미래에 펼쳐질 꿈을 꾸며 소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밝은 소망과 미래만 있다면 어떤 고생도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망이 무엇이냐가 중요합니다. 본문은 이스라엘의 해방을 꿈꾸는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본문에서 어떻게 복음의 증인이 될 수 있는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때와 시기는 너희가 알 바 아니

 

이스라엘은 400여 년간 이민족에게 침략을 받아 나라 없는 서러움을 겪었습니다. 그들은 이민족의 침략을 받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사도행전 당시는 로마에 지배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은 거의 갈릴리 출신들이었습니다. 갈릴리는 예루살렘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하던 곳이었습니다. 이사야서에는 갈릴리를 일컬어서 흑암과 멸시와 고통을 당하던 곳이라고 했습니다(9:1). 그들은 자기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를 학수고대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정치적 메시아로 기대했습니다. 그들의 꿈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극에 달했습니다. 예루살렘 군중들은 종려나무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치고 예수님을 열렬하게 환영했습니다. 제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고무되었습니다. 그래서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는 예수님께서 왕이 되시면 우리 아들들을 좌의정, 우의정 자리에 앉혀달라고 청탁을 하기까지 했습니다(20:20-21).

그러나 예수님께서 로마 군병에 이끌려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려 참혹하게 죽으시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꿈은 산산이 깨어졌습니다. 그들은 꿈이 상실되자 각기 낙향하여 갈릴리바다에서 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40일간 제자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산산이 조각난 그들의 꿈이 예수님의 부활과 더불어 부활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시고 40일간 하나님 나라에 대해 말씀하신 후,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 말씀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때냐고 물었습니다(1:6). 예수님은 이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르시되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1:7).

 

이 말씀은 이스라엘의 독립에 대해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회복은 하나님의 권한에 있으며, 이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민족의 해방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무엇입니까?

내 증인이 되리라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1:8).

 

이 말씀은 예수님의 지상명령(The Great Commandment), 예수님의 지상사명(The Great Commission),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의 말씀(Last Word)입니다. 효성이 지극한 자녀는 부모님의 마지막 유언을 기억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요, 예수님의 충실한 제자라면 주님의 마지막 유언을 기억하고 잘 지켜야 합니다. 우리 또한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요, 예수님의 충직한 제자라면, 성경 말씀을 다 기억할 수 없을지라도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인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1:8)는 말씀만큼은 결코 잊지 말고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제자들이 어떻게 복음의 증인 된 삶을 살 수 있습니까?

 

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민족주의는 다른 민족과의 관계에서 배타적입니다. 히틀러나 일본의 제국주의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선민의식, 유다이즘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타민족을 지옥의 땔감 정도로 여길 만큼 배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민족주의와 이즘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색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전 세계의 모든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에게 화평의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듯이, 내 몸, 내 가정, 내 자녀, 내 지역, 내 교회, 내 민족, 내 조국도 중요합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좋은 집을 사고 집의 평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하고, 먼저 바라고 기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을 전하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명령이자 주님의 소망이요 우리가 가져야 할 비전입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일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비전입니다. 우리가 먼저 이 비전을 이루어 나갈 때 자신의 문제와 동족의 문제까지도 해결됩니다. 예수님은 성경 곳곳에서 우리 삶의 우선순위(priority)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6:33).

 

우리가 범인이 되느냐, 위대한 사람이 되느냐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의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아기자기에게 우선순위를 두면 아기자기가 됩니다.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면 한 가정의 가장이 됩니다. 국가와 민족에 우선순위를 두면 민족주의자가 됩니다. 하나님 나라에 우선순위를 두면 하나님의 사람이 됩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까? 우리의 꿈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기초로 살아갑니까? 우리는 무엇을 기초로 선택합니까? 욕망을 기초로 선택합니까? 아니면 가치와 의미를 기초로 선택합니까? 우리는 의미와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최고의 가치와 지고의 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최우선 순위와 최고의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합니다.

 

성령이 임하셔야 한다

주님의 지상명령의 동사 시제는 모두 미래 수동태입니다. ‘권능을 받아라’, ‘증인이 되라가 아니라 권능을 받게 되리라’, ‘증인이 되리라입니다. 권능은 내가 받고 싶다고 받는 것이 아닙니다. 증인은 내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열심과 노력, 그리고 나의 의지로 권능을 받을 수 없고 예수님의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권능과 증인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성령입니다. 성령께서 나를 권능 있게 하시고 증인 되게 하십니다.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권능을 받아야 합니다. 권능은 헬라어로 뒤나미스(δυναμιs)입니다. 여기에서 다이너마이트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권능은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는 능력이라고 하면 외적인 능력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권능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입니다. 제자들의 내면에 변화의 역사가 일어나는 능력입니다. 나 자신의 변화의 능력입니다. 나 자신을 이기는 능력입니다. 약하고 부족한 사람을 변화시켜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권능을 받으려면 성령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성령이 무엇입니까? 성령은 깨달음이 아닙니다. 성령은 지식이 아닙니다. 성령은 감정이 아닙니다. 성령은 곧 권능(power)입니다. 성령은 회개하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자에게 임합니다(2:38). 그리고 말씀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을 가지고 기도하면 성령 충만하게 됩니다.

시편 119편은 다윗이 얼마나 말씀을 사랑했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윗은 정금보다 말씀을 더 사랑했습니다. 그는 말씀을 사모하여 야경에 일어나 성경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침상을 적시며 기도했습니다. 그때 그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한, 바울은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따라 살았을 때 성령 충만했습니다. 성령은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십니다. 성령이 임하면 권능을 받고, 권능을 받으면 역동적으로 복음의 증인 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체험이 있어야 한다

증인은 헬라어로 마르튀(μαρτυ)입니다. 여기에서 순교자 마터(martyr)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증인은 곧 순교의 삶입니다. 증인은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증인은 자기를 대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증인은 증인석에서 목숨을 걸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내 느낌에는이란 말은 증인이 할 소리가 아닙니다. 증인은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경험하고, 내가 체험한 사실만을 말합니다. 증인은 어떤 진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사실과 본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증인은 많은 책을 읽어 지식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만난 분명한 간증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B.C.)과 예수님을 만난 이후(A.D.)의 삶이 분명할 때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과 용기가 있어야 한

경험하고 체험을 해도 증언자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요즘은 법정에 증인 서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뺑소니 차량을 보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법정에 가서 증언하려면 시간이 들고 귀찮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있으면 귀찮을지라도 증인석에 서서 증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예수님은 나의 그리스도라고 증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어떤 불이익과 핍박이 있을지라도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옳은 것을 옳다, 본 것을 보았다, 경험한 것을 경험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베드로는 겁이 많았습니다. 그는 여종 앞에서도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그런 그가 성령의 권능을 받았을 때 담대하게 주님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2:32, 3:15, 5:32, 10:39).

 

예루살렘과....땅끝까지

복음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증언됩니다. 여기에서 복음의 점진성을 볼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1-7장에서는 예루살렘에, 8장에는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에 전파되며, 9-12장에서는 세계선교의 준비가 이루어지고, 13장부터는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증인들이 감당해야 할 사명은 민족과 이념을 초월한 땅끝까지입니다. 그리고 시간상으로는 우리 주님이 오실 때까지입니다.

 

그대로 오시리라

 

예수님은 말씀을 마치신 후 그들이 보는 데서 하늘로 올려져 가셨습니다. 이를 본 제자들은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1:9-10). 이때 천사들이 나타나 그들을 책망했습니다.

 

이르되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하였느니라”(1:11).

 

천사들의 책망은 그들의 사명지가 하늘이 아니고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사명은 별을 바라보는 몽상가의 삶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증인 된 삶입니다. 그리고 천사는 제자들에게 재림신앙을 심었습니다. 천사들은 예수님께서 그들이 본 대로 다시 오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다시 오셔서 마지막 명령의 충성도를 따라 상급을 주십니다.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다 착하고 종이여 네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하였으니 열 고을 권세를 차지하라 하고”(19:17).

사도들이 복음의 증인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유다이즘을 극복하고 사마리아에 대한 민족 감정과 로마에 대한 미운 감정도 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령이 임해야 합니다. 성령은 권능입니다. 성령의 권능은 땅끝까지 증인이 되게 합니다. 우리가 성령의 권능을 받아 땅끝까지 복음의 증인 된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 전하세 큰 환난 고통을 당하는 자에게 주 믿는 성도들 다 전할 소식은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내 주님 보내신 성령이 오셨네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 전하세 성령이 오셨네”(새찬송가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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