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마가복음 1:16-20

 

나를 따라오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1:17).

 

맹자는 진심 편에서 군자의 삼락이 있는데, 군자의 세 번째 즐거움이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得天下英才而敎育之三樂也)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군자의 낙일까요? 첫째로, 제자를 길러 그 이름을 계속 남길 수 있는 불사조의 직업이라는 점, 둘째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제자들과 함께 생활함으로 항상 순수하고 젊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만년 청춘의 직업이라는 점, 셋째로, 아무리 퍼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사랑과 지식을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섬김의 직업이라는 점, 넷째로, 제자의 성장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즐길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고기를 낚는 어부를 불러 제자로 키우시는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본문을 통해 사람을 돕고 섬기는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를 기도합니다.

 

제자를 부르신 예수님

 

갈릴리 해변으로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 형제 안드레가 바다에 그물 던지는 것을 보시니 그들은 어부라”(1:16).

예수님은 갈릴리를 지나가셨습니다. 갈릴리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물이 맑고 깨끗해 고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제가 작년에 갈릴리에 가 보았는데 물이 참 맑고 깨끗했습니다. 그래서 대대로 이곳 주민들의 생업은 주로 고기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이 바다는 갈릴리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시다가 시몬과 그 형제 안드레가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것을 보셨습니다. ‘보셨다는 것은 주목하고 깊이 관찰하셨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매스컴에 제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시고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바닷가를 걸어 다니시며 보시고 그들을 부르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1:17).

 

고기를 잡는 그들의 겉모습은 멋있어 보입니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나는 얼굴, 떡 벌어진 어깨, 야성미 넘치는 그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멋져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빈둥빈둥 놀며 로또 복권이나 사서 벼락부자가 되고 벼락출세하고자 하는 개념 없는 청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열심히 그물을 던지며 일하는 건실한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겉모습만 보시지 않고 그들의 내면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의 바다에서 삶의 기쁨과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음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물을 던지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내면 깊은 곳의 좌절과 절망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반복되는 그들의 삶의 권태를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그들을 보시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세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삶의 방향을 바꾸라

현재 시몬과 안드레의 삶의 방향은 자기입니다. 그들은 갈릴리 바다라는 직장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들의 생의 목적은 오직 자기였습니다. 자기 부모, 자기 아내와 자기 자식, 좀 더 넓게 생각한다면 자기 나라 이스라엘이었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를 위해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행복이란 자기를 위해 움켜쥐는 데 있지 않습니다. 괴테는 행복이란 타인을 행복하게 하려는 노력의 부산물이라고 했고, 톨스토이는 행복이란 남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연애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슈바이처는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고, 에릭 프롬은 행복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하는 데서 온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행복이란 섬김, 봉사, 희생을 통해서 온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높은 지위에 오르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판단 기준은 수량입니다. 그런데 이런 데는 행복이 없습니다. 행복은 그 수량 속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를 찾을 때 느낄 수 있습니다.

시몬과 안드레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기 때문에 행복할 리 없었습니다. 오히려 원하지 않게 남에게 상처 주고, 또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유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삶의 여유와 쉼이 없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아야 하는 필승의 원리, 성공의 원리, 상극의 원리가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에는 행복이 없습니다. 행복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에서 옵니다. 그래서 클라이드 네레모어는 행복에의 길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찾기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가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행복한 삶의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삶을 하나님과 이웃 사랑으로 바꿔주셨습니다. 우리가 자신만을 위한 삶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섬기고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둘째, 예수님의 제자가 되라

따라오라라는 말씀은 제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제자’(disciple)라는 단어는 훈련’(discipline)이라는 단어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따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이 그들을 부르신 목적은 잠깐 와서 은혜 받고, 병 고침과 인생 문제를 해결받고 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가 되어 예수님 곁에서 예수님의 삶을 배우되 아주 가까이에서 배우라는 것입니다. 배우되 일부분이 아니라 예수님의 전인격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3:10-11).

 

바울은 일생 동안 예수님의 전 생애,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의 권능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만을 좇아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 희생, 헌신을 배울 때 부활의 영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의 은혜만을 좋아하고, 예수님을 믿고 복 받는 것만을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없고, 신앙의 기쁨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신앙생활을 몇십 년 해도 그 내면이 성장하지 않아 어린아이와 같이 유치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전인격과 생애를 배울 때 예수님의 좋은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옛 생활을 청산하고 새롭게 결단하라

예수님을 따르려면 옛 생활을 청산하고 떠나서 하나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과거가 있는 반면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과거도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이런 성공과 실패를 버리고 예수님만을 좇아야 합니다.

시몬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을 때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과거의 영광과 과거에 실수했던 것, 억울하고 섭섭했던 것을 버리지 않는 한 예수님의 좋은 제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좋은 과거든 싫은 과거든 버려야 합니다. 특히 실패의 경험을 잊어야 합니다. 죄와 허물을 하나님 앞에서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으면 더 이상 기억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이란 죄와 허물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복음은 용서의 복음입니다.

그런데 사무엘 존스의 보고를 보면, 사람들은 지난 과거의 어두운 생각이 40%, 허무한 생각이 30%, 상처받은 것에서 오는 분노가 12%, 건강 염려가 10%인 반면에 8%만이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알프레드 아둘베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될 때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될 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될 때 죄 사함을 받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신 예수님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1:17).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 사명은 사람을 낚는 어부로서의 삶입니다. 고기를 낚는 어부는 그 대상이 고기입니다. 반면에 사람을 낚는 어부는 그 대상이 사람입니다. 어부가 고기를 잡는 목적은 죽이는 데 있습니다. 반면에 사람을 낚는 어부의 목적은 살리는 데 있습니다. 고기 낚는 어부의 삶의 장소와 스케일은 좁고 한정적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낚는 어부의 장소와 스케일은 시공간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고기 낚는 어부의 가치관은 오늘 몇 마리 잡았고 얼마 벌었다는 등 수량과 가격입니다. 그러나 사람 낚는 어부의 가치관은 의미와 가치에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루를 즐겁게 하려면 이발을 하고, 1년을 즐겁게 하려면 화초를 가꾸고, 10년을 즐겁게 하려면 나무를 심고, 30년을 즐겁게 보내려면 사람을 키우라.”

우리가 전도를 잘하려면 사람을 살리고 돕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런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상품만 팔아서는 세일즈 마이스터가 될 수 없다. 진심을 담아 그들의 미래를 담아 그들의 미래를 아름다운 그림처럼 설계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카메라 코닥 창업자인 조지 이스트먼은 세일즈 직원들에게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코닥이 파는 상품이 무엇입니까? 카메라입니까, 아니면 필름입니까? 우리가 파는 것은 카메라도 아니고 필름도 아닙니다. 우리가 파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교인 숫자 한 명을 늘리려고 전도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돕고 살리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오늘도 고기를 잡는 어부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쌍 눈에 쌍불을 켜고 고기를 잡습니다. 그런데 먹고살기 위해 이를 계속한다는 것은 피곤하고 권태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건수를 만들어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변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대개 직장생활 5년이 지나면 권태감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밥 몇 술 뜨고 출근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생활이라고 늘 지겹고 피곤한 것만은 아닙니다. 보너스를 타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선물을 사 들고 집에 갈 때 기분이 좋습니다. 적금통장을 만들어 조금씩 모아서 아파트와 자가용을 장만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첨단 가전제품을 사놓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는 재미도 있습니다. 고기를 낚는 삶에도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삶은 근본적으로 소망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거룩한 사명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명이 없는 삶은 잘 먹고 잘산다 할지라도 행복이 없습니다. 설령 있다 할지라도 그 행복은 상대적입니다. 그렇다고 고기 낚는 어부는 소망이 없으니 백수가 되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데 목적을 둘 때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있고, 그 이름이 하늘의 별과 같이 영원히 빛나게 됩니다(12:3).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

 

예수님은 조금 더 가시다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보셨습니다. 그들도 배에 있어 그물을 깁고 있었습니다(1:19). 예수님이 곧 부르셨습니다. 그들의 반응이 어떠했습니까?

 

곧 그물을 버려두고 따르니라”(1:18).

곧 부르시니 그 아버지 세베대를 품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가니라”(1:20).

 

시몬과 안드레는 곧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 세베대를 품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들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손익을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좇을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우선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예수님을 위해 자기에게 유익하던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길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었습니다(3:7-8).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이 예수님을 좇을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의 영적 권위에 압도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은 불가항력적입니다. 그들은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했을 때 신성한 성품에 참여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벧후 1:4).

 

시몬과 안드레,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은 약소민족의 백성으로 태어나 일생 동안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를 낚다가 이름도 없고 빛도 없이 사라질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르심으로 그들은 주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쓸모없는 그들을 부르셔서 유용한 사람들로 키우신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우리가 주님을 따르고 주님을 배울 때 주님은 우리를 위대한 예술품으로 빚어주십니다. 예수님은 어느 광석도 받아 쇳물로 만드는 용광로와 같이 죄인을 의인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도적을 자선가로 변화시키시는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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